아귀가 많아진 바다?
부산수산자원연구소 박 종화
요즘 부산인근 작은 항구에 나가보면 자망 그물에 걸린 아귀를 떼어내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다른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아귀만 잔뜩 걸려있다. 아귀는 인공 종자도 방류하지 않는데도 왜 이렇게 많이 잡힐까?
최근 무분별한 남획과 해양생태계 변화로 바다의 물고기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지만 아귀는 오히려 약간의 증가 또는 안정된 자원상태에 있다. 해저 바닥에 살면서 커다란 입으로 닥치는 대로 먹이를 잡아먹는다. 심지어 비닐 같은 쓰레기도 삼켜버린다. 때문에 먹이경쟁에서 다른 어종에 앞서고, 또 아귀를 잡아먹는 천적 생물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연안역에서 어린아귀를 많이 잡았던 불법소형트롤(고대구리) 어업이 완전히 정리되어 아귀 자원의 남획이 방지 될 수 있었던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아귀는 자기 몸의 70% 크기 물고기도 잡아먹을 수 있는 존형적인 탐식성 어류이다.
따라서 아귀 자원이 너무 많아지면 먹이가 되는 다른 어류자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적정수준의 아귀 어획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납작한 머리와 몸통, 팔과 같이 생긴 가슴지느러미, 온몸에는 가시투성인 못생긴 아귀가 맛은 일품이다.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남해안 물고기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해역에서 잡히는 아귀는 크게 2종류가 있다. ‘황아귀’와 ‘아귀’이다. 이 중에서 황아귀(사진)가 95% 이상으로 많이 잡힌다. 즉 우리가 먹고 있는 아귀는 대부분 황아귀라고 하는 것이 맞지만 일반적으로 통칭해서 아귀라고 부르고 있다.
아귀는 회갈색이고 몸 표면에 연한 담색의 반점이 흩어져 있다. 입 속은 검은색이다. 입은 매우 크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고, 양턱에는 뾰족한 빗 모양의 이빨이 조밀하게 나 있다. 아귀를 다룰 때에는 죽은 것일지라도 날카로운 이빨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등지느러미 끝에는 줄모양의 긴 가시가 나 있는데 이것이 촉수로 변해있다. 아귀는 이 촉수를 움직여 작은 물고기를 유인해서 잡아먹기도 한다.
서해, 남해 및 동해남부해역까지 분포하고 있으며 남북 계절 회유의 특성이 있으나 심한 편은 아니다. 겨울철에는 남해안의 깊은 곳으로 이동하여 겨울을 보낸다. 어릴 때에는 연안역의 암초지대나 해조가 무성한 해저에 많이 살고 있으며 봄철에 산란한다. 몸속의 난소는 띠 모양의 긴 한천질로 구성되어 있다. 수명은 4세까지이며, 암컷은 약 55cm, 수컷은 약 50cm까지 자라고, 암컷이 수컷에 비해 크다. 한국 남, 서해 연안, 제주도 근해 및 부산 근해, 동중국해, 타이완, 일본 홋카이도 이남의 남부 연해, 필리핀, 아프리카,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까지 널리 분포한다.
아귀는 생긴 모양과 같이 별명도 다양하다. 여수지방에서는 아꾸, 경남지방에서는 물꿩, 아구, 서해안에서는 꺽정이, 함경도에서는 망챙이 등으로도 불린다. 또 옛날 어부들이 아귀를 잡으면 '재수 없게 생겼다'고 바다에 텀벙 던졌다 해서 '물텀벙'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아귀는 수온 17~20℃, 수심 50~150m에 해저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4~5월경 산란하기 위하여 연안역으로 이동한다. 산란기는 3~7월로 이 시기가 되면 연안역의 산란장에서는 수많은 알들이 한천질에 싸여 띠 모양으로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보통 25cm 크기가 많이 잡히고 있으며, 큰 것은 체장 약 50~60cm까지 자란다. 황아귀가 더 크고 성장도 빠르다. 먹이는 계절에 따라 여름철에는 멸치를, 겨울철에는 참조기나 강달이 등을 주로 잡아먹는다. 최근에는 국내 수요량의 급속한 증가에 따라 외국으로부터 수입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과거에는 아귀를 말려서 조려 먹었지만 딱딱하고 비린내가 심해 물기가 많은 콩나물을 푸짐하게 넣고 된장을 가미해 담백한 맛을 내는 오늘날의 아귀찜이 탄생했다고 한다. 아귀는 쓸개와 이빨을 빼고는 모두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아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맛은 아귀 내장에 있다'고 한다. 요리로는 아귀찜, 아귀지리, 아귀탕(아구탕)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2019년 11월 13일 정리)